이 카테고리는 사실상 신곡이지만 신곡 아닌 것들이 쌓일 듯
정세운의 노래는 데뷔곡 JUST U를 빼면 듣지 않았다.
데뷔곡이 별로여서도 아니고 오히려 취향이어서 좋아했다. 하지만 그 이후 노래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인지.. 참으로 희한하게 정세운의 노래를 들을 일이 없었다. 더불어 굳이 찾아듣지도 않았다. Just u만 열심히 들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번 곡은 어쩌다 접하게 된 것인지 기억이 전혀 없는데 일단 뮤비를 먼저 보게 되었다. (아마 feat. 페노메코를 보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데뷔곡 이후론 찾아보질 않았던 정세운인데 무척이나 갑작스러웠지만, 언제나 믿고 듣고 있는 중인 페노메코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는데 발견하게 된 이상 이걸 안 본다는 건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노래부터가 무진 좋다. 장르가 뭔지 감 안 잡히는데 약간 JUST U하고 비슷한 계열인 것 같기도 하고..
팝인 듯 락인 듯 트렌디하기 짝이 없는 이런 거 좋아. 아이돌계에서는 절대 들을 일 없는 노래. 페노메코 피쳐링은 그저 완벽...... 페노메코 좋아.
사실 데뷔곡의 sik-k 피쳐링이나 이번 곡의 페노메코 피쳐링이나 라이징이라(?) 주목도도 있고 실력을 동시에 겸비한 래퍼를 기가 막히게 피쳐링 참여시킨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그렇다 보니 노래를 더 좋게 만들면 만들었지 랩 파트가 별로라고 느껴질 수도 없다. 페노메코의 랩과 코러스는 언제나 언제나 훌륭하니까.
노래의 느낌과 정세운의 보컬도 조화롭게 어울린다.
평소 정세운은 담담한 목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이자 매력, 처음과 끝이라고 생각했다.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표현들을 진솔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목소리라고 느껴왔다.
이 노래에서도 역시나 매우 쉽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노래를 소화하며 그 목소리로 담담하게 네가 좋아,라고 중얼거린다.
아니 이런 노래는 대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단 말인가. 그래서 이 노래의 작곡가는 누구인가 하니 이단옆차기였다.
최근 이단옆차기는 다작보다는 곡 퀄리티를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욱 좋다.
사랑!
뮤비를 보다가 노래도 뮤비도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에 빠졌다.
정확히는 뮤비에서 3분 9초에서 10초 경에 나오는 정적의 순간에 사랑에 빠졌다.
순간 핑크색 셔츠를 걸치고 있는, 그리고 무표정인, 그다음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며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정세운에게 훅 빠져버렸고 찰나가 지나자 바로 터지는 사운드가 정신을 일깨웠다.
의도적인 정적 연출이 1절에서는 네가 좋아, 라며 비교적 가볍게 충격을 주다가 마지막 부분에선 전혀 아무것도 채우지 않음으로 빠져들 것만 같이 깊게 나열되는 느낌, 화면의 미장센과 정세운... 음악과 화면의 완벽한 조화잖아.
정세운은 전면적으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지만 수록곡 선에서 그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티스트인지 아이돌인지의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은 인상이다. 찾아보니 싱어송라이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더라ㅋㅋㅋ
여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면, 싱어송라이터네 자작곡이네 하며 아이돌이 타이틀에까지 본인의 범주를 넓히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들에 그들의 셀프 메이킹은 끼어들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이 프로 작곡가, 작사가처럼 노래를 만들 수 있다면 꺼려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럴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이돌이 아마추어급 실력으로 노래와 앨범을 채워 디스코그라피적으로 이득을 보는 부분이 어디가 있냐는 말이다. 그들은 아마추어도 아니며 인디 가수도 아닌데.
물론 대부분의 경우 단독이 아닌 참여의 형식으로 이를 양립시킨다.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굳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또한 대부분이다. 재능의 싹이 보인다는 전제 하엔 유의미하게 판단하지만, 말했듯 프로의 경지엔 그리 쉽게 오를 수 없기에 그런 판도를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실력과 관계없이 '셀프 메이킹'이란 타이틀을 쥐어주기 위해서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정세운의 적당한 곡 참여와 확실한 타이틀 퀄리티는 현재 어중간한 양립이 아닌 완벽한 양립을 보여준다. 자작곡이 아닌 게 도대체 뭐가 문제냐, 는 문장과 논리를 성립시키는 퀄리티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이 노래를 활동 중간?쯤 접했으니 과연 몇 개월이 되었는데 아직도 질리긴커녕 수없이 찾아 듣게 되는 훌륭한 곡이다.
싱어송라이돌답게 정세운은 음방을 돌고 있었는데 뮤비를 보고 매우 많은 감명을 받은지라 무대 또한 찾아보았었다. 그런데 아이돌 최적화 상태인 음방은 여전히 노래만 라이브가 가능했고 뒤의 밴드맨들과 정세운의 기타는 손싱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물론 데뷔곡 때도 마찬가지였으니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정세운의 매력을 살리기엔 새삼스레 매우 부족한 무대 환경이었다.
..차라리 손싱크 밴드맨들 다 집어치우고 정세운의 기타에 마이크 하나 더 설치해 어쿠스틱으로 라이브 하는 쪽이 가성비 면에서도 무대 완성도면에서도 좋겠다는 생각을 지배적으로 하게 되었다.
혹시나 하고 유튜브에서 정세운이 기타를 정말 라이브로 치며 필링을 부르는 영상이 있는지 서치 해보니 짧게나마 진짜 나와서ㅋㅋㅋㅋㅋㅋ 이걸로 만족해야겠다며 아쉬움을 금치 못하려 했는데!!!
엠카에서 스튜디오 엠이라며 진짜 어쿠스틱 무대를 준비해주었다. 이거 완전??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지 기대대로라 해야 할지.. 전설의 레전드로 취급해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사전녹화 무대라 관객 소리도 완전히 배제되었고 목소리와 기타 음향 세팅도 완벽하고 카메라도.
무엇보다 정세운의 실력이 좋았다. 중간의 기타 태핑에서 뮤비의 정적을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면 될까? 노래와 무대를 온전히 완성시키는 순간적 장치와 그 장치를 발휘한 존재에 감명받았다는 뜻이다.
데뷔곡 이후로 무관심인 듯 아닌 듯 유지 중이었던 호감이 어느새 노래의 완성도와 실력에 대한 긍정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싱어송라이돌이라는 코믹한 단어를 끄덕이게 만드는, 노래가 좋은데 무대도 잘하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는 게 가능한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
이번 글을 쓰면서 정세운의 저번 앨범 수록곡인 'IRONY'를 우연히 접했는데 평소 들어보면 높은 확률로 좋다 느꼈던 프라이머리의 프로듀싱 곡답게 매우 매우 좋았다. 필링과 같이 계속 돌려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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