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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얼마 전의 휴일, 오후까지 잠에 빠져있던 나는 꿈을 꿨다. 깰 수 있을 듯한 깊이 같으면서도 깨지 못한 채 꽤 오래 잠들었고, 어찌 보면 단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꿈에서 나는 내 방에서 벗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  그리고는 입이 터져 어떤 불만을 흐트리듯 쏟아낸 나는 이내 웅얼거림에 가까운 말을 이으며 안겼다. 따스하고 포근한 감각과 속상함, 서러움을 이해한다는 듯한 대답. 그리고 머리를 어루 내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아주 짧게 그 순간에 빠져있다가 금세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 그것이 꿈이라는 걸 인지한 찰나에 나는 무엇을 떠올리고 정리할 새도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흐느끼며 나는 이런 걸 바라고 있지 않고, 너무도 필요하지만 가져본 적 없으며 앞으로도 가질 ..
어느 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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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아주 깊이 잠겨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떤 때보다-사지가 굳어버린 것처럼 몇 개월째 방에 틀어박혀 불어 가는 시간에 허우적대지도 못한 채 익사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무거운 손발을 움직인답시고 발악하다 또다시 지옥 같은 굴레에 빠지느니 이대로 죽는 게 좋겠다고, 방법도 불분명한 자포자기가 현답처럼 머리에 떠오르던 시기였다.   처음엔 두어 달 쉬면 저번처럼 나아질 것이라 믿었던 듯 별말 없이 내버려 두었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어서 하지 않으려는 내색이 노골적인 모습에 시작된 잔소리가 어느덧 부탁인지 애원인지 헷갈리는 것으로 변했던 날 즈음이었던가. 기운이며 의지 따위는 메말랐는데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게 버거워 잠깐 의자에 기대앉아있었을 뿐인데, 이내 다시 움직여야 할 내 몸이 말 그대로 돌..
마지막 신곡을 앞두고 = 온앤오프(ONF) - The Realist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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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신곡 감상
이제 시기가 어쩌고 하는 내용은 너무 새삼스러워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로드 투 킹덤 (20.04~06)스쿰빗 스위밍 (20.08~09)뷰티풀 뷰티풀 (21.02~04)춤춰 (21.04~05)여름 쏙 (21.08~09)  The Realist는 뷰티풀 뷰티풀 활동 수록곡이다. (여기까지 와서 글을 읽는 사람 중 이 사실을 모를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그래서 시기는 뷰티풀 뷰티풀 + The Realist (210225/210302/210303) 이다.    올해 말을 장식할 신곡 발매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제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별 거 없고, 로드 투 킹덤 이후 활동에서 제일 건질만하다 느낀 노래에 대해 급작스레 털어놓고 싶었다.  매우 충동스런 글이라 앞뒤 없는 내용이 될 것 같다고 미리 ..
온앤오프 (ONF) - Why 감상 = 쓰게 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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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신곡 감상
주절주절 써놓은 게 두 번이나 날라갔던 바람에 환장한 글.그리고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길다.    온앤오프는 19년 4월 말경 처음 알게 됐다. 당시 덕질이 어른의 사정 때문에 매우 무료했으므로 그 무료함을 때우려 이리저리 재밌는 것을 찾다가 정말 우연치 않게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 거야' 뮤비를 보게 된 것이 계기.    결론부터 말하면 단 한 번 이 뮤비를 본 것만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정확히는 첨부한 장면이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순간 받은 충격으로 이 노래에 걷잡을 수 없게 빠져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자세히 얘기하면 글이 하나 나오는 수준이라 짧게 넘어가야 함)   이 이후 과거 온앤오프를 알 수 있었음에도 놓쳤던 몇 번의 주요한 기회를 뒤늦게 두고두고 곱씹으며 황당함에 헛웃음을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