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지만 무거운 얘기가 될까 염려되는 글.
왜왜왜 여돌에 왜 레이디스 코드 글을 쓰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수 불가결하다.
여돌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여돌을 좋아하진 않는다. 대체로. 남돌하고 비슷하게 노래가 좋아야 하고, 무대 잘해야 좋은데 그 정도는 돼야 호감인 그룹의 반열에 오르고 남돌과 다른 점은 호감인 그룹 이상으론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과신이라 해야 할지 자의식 과잉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돌 보는 안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태 좋아했던 돌들은 이미 떴거나 뜨거나 둘 중 하나인 케이스가 전부였는데.. 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약간 말문이 막히지만 어쨌든, 여돌도 그닥 다를 바 없다.
레이디스 코드는 데뷔(나쁜여자)부터는 아니었어도 그다음 활동인 예뻐예뻐부터 눈에 들어왔으니 결코 늦게 알진 않았다. 레이디스 코드는 슈퍼창따이가 데뷔 때부터 곡 전담을 한 그룹인데, 나쁜여자는 퀄리티도 그렇고 컨셉, 퍼포먼스도 독특했고 좋았지만 취향은 아니었고 대놓고 뽕삘+키치+후크로 떡칠한 예뻐예뻐가 취향이어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뒤로는 나쁜여자도 좋아졌고 활동은 안 했지만 뮤비는 있는 Hate you라는 곡의 갬-성과 뮤비 비주얼이 좋아서 그 당시에 다운 받아서 아직도 갖고 있고 So Wonderful, KISS KISS 활동도 지켜봤다.
슈퍼창따이 곡의 뽕삘과 키치함, 소정의 특이하고 매력있는 보컬과 예쁜 멤버들.. 이 정도로 관심 가졌던 여돌 손에 꼽는다. 나름대로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그룹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이 딱히 틀리지도 않았다. 좀 있으면 더 뜰 거라는 예감이 들었었는데 그 소식은 일하던 중 아이돌엔 별 관심 없을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얘기는 안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넘어가기도 매우 애매하지만 여기서 이 얘길 안 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영원히 아무데서도 못 할 것 같아서 적으려 한다.
사고 소식을 듣고 받은 충격은 아마 살면서 받은 충격 중에 빼먹지 않을 하나이다. 모르는 다수의 죽음보다도 일방적이나마 알았던 사람. 스치듯 일종의 부러움과 질투마저 느끼게 만들었던 이의 갑작스런 죽음이 이렇게나 와 닿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호감이면 호감이었지 절대 깊숙이 그들을 사랑하진 않았는데도 한동안 꽤 허망함과 우울감을 느꼈다.
그들이 죽느니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다면 좋았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니까. 빛나려던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건 여전히 세상에 너무 비극적인 일이다. 이때 레이디스 코드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 그룹이 무얼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는보고 그들을 미화하는가에 대한 생각들로 묘한 쓴맛을 느끼기도 했다.
2년 뒤인 15년-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는데 이 직캠을 우연히 발견했고 다른 의미의 충격을 받게 되었다. 여돌에 큰 관심 없는 이유를 다시 말하자면 노래가 좋아야 하고 그다음엔 무대를 잘해야 하는데 노래 좋은 여돌은 꽤 있지만 여태 단 한 번도 흡족할만한 무대를 보여주는 여돌을 본 적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직캠으로 리세는 자칭 무대감별사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무대 잘하는 여돌이 되었다.
맨 처음 자기 파트를 시작하면서부터 나오는 풍부한 표정에서부터 이미 남다르고 자기 파트가 아니어도 꾸준한 표정 변화는 이미 비교할 대상조차 없다. 춤은 이미 완성형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고. 예쁜 얼굴로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무대 연기가 정말로 압권.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을 보고 있자면 성별 가릴 것 없이 아이돌 내에서 상위권 중 상위권인 무대 연기다. 여돌 내에서라면 그냥 탑이다.
이런 구질구질한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어떤 미화나 말도 안 되는 동정심 같은 것 없이 순수하게 무대를 잘해서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영상을 갖고 있고 생각나면 돌려보며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들 만큼 감탄했다.
이 영상을 보고 난 후 리세는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 없는 사람도 슬프고 우울한 기억 속의 사람도 아니다. 이 영상 안에 예쁘고 빛나는 순간이 오롯이 살아있는 아이돌이라서 전혀 슬프고 괴롭지 않을뿐더러, 추억할 사람도 아니다.
이 영상을 감명 깊게 본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차피 아이돌은 나에게 있어 살고 죽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대상이기 때문에 이 영상을 보며 과거의 사람도 추억할 사람도 아니라 느낀다면 그런 것이라고.
16년에 레이디스 코드는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던 모습으로 컴백했다.
솔직히 묘한 거리낌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지금에선 뭐였는지 선명하지 않지만 분명히 그런 게 있었고, 지금도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다.
그러나 좋은 노래는 모든 걸 정당화시킬 수 있다. 레이디스 코드는 대형 투자로 메이킹되었던 그룹은 아니었으므로 갤럭시 뮤비를 보는 순간 당황스러울 만큼 좋은 완성도에 오히려 당황했다. 이상하게 퍼퓸이 떠오르는 뮤비일지라도.
레이디스 코드는 3인 체제를 시작하며 모노트리의 곡을 받았다.
16년 2월에 나온 갤럭시는 모노트리의 G-High, 최영경, GDLO가 작업한 곡
16년 10월에 나온 더 레인은 모노트리의 황현, GDLO / 오레오, 신아녜스가 참여한 곡이다.
그런데 17년을 공백으로 채운 후 18년은 연말에 겨울 시즌송 하나로 끝내더니 올해 5월에야 피드백이라는 노래로 컴백했다.
여기서 굉장히 신기한 흐름이 보이는 게 16년 두 곡을 모노트리 쪽으로 받더니 의문의 1년 공백 뒤에 18년 연말 뜬금없이 원탁과 탁의 노래로 시즌송을 내고, 2년 만에 제대로 된 컴백 역시 원탁과 탁의 노래로 했다. 물론 신기하지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모노트리와 원탁+탁 둘 다 좋아하는 작곡팀이라; 의문의 공백을 빼면 불만도 없다. 하지만 더 레인보다 갤럭시가 압도적으로 좋긴 했다. 갤럭시는 정말 명곡이지만 더 레인은 왠지 아쉬운 점이 많은 노래이고 수록곡인 제인 도우(모노트리 곡)까지 같이 들어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정도.
시즌송은 걸렀고 이번 활동곡인 피드백은 처음 들었을 땐 좋아하는 팀인데 노래가 예상외로 별로..라고 생각할 뻔했으나 다시 들으니 역시나 좋다.
탁이란 작곡가를 안 것도 리세의 직캠을 본 것도 둘 다 15년인데 19년에 둘의 만남을 보게 된 것도 참 여러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레이디스 코드의 활동은 결과에 상관없이 이어질 걸 알기에 앞으로도 별 탈 없이 좋은 노래로 계속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리세만큼 무대로 감명받은 여돌이 없다.
레이디스 코드 2편 : https://dinitrogenoxide.tistory.co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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