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dinitrogenoxide.tistory.com/6
1편에 이어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은 웬만하면 좋아했다는 엑소의 무엇을 좋아했는지 나열해보는 글.
으르렁에 대한 얘기는 저번 글에서도 가볍게 남겼지만 그때의 엑소를 좀 더 서술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엑소 이후 히트곡을 낸 남자 아이돌이 전무한 시점이므로 더더욱!
남자 아이돌 컨셉 매니악한 거야 sm은 처음부터 그랬지만, 옛날엔 얼마나 매니악하고 난해하든 봐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대충 샤이니 세대쯤을 기점으로 3대로서의 위치는 견고했을지언정 아이돌 시장이 레드오션화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온 엑소는 이제와선 구시대적으로 느껴지는 정통 smp의 마지막 계승자ㅋ 같은 위치였다고나 할까.
(어차피 나는 sm이나 smp를 겉핥기로밖에 모르고, sm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어디가든 넘쳐나니 여기서 구구절절 뭘 설명할 의지는 없다.)
말하자면 MAMA 때의 엑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smp며 초능력 세계관 취향 아님. 근데 샤이니를 건너뛰어 나온 smp 계승돌ㅋ이라서인지 긴 공백기 사이에 인기가 꽤나 불어나 늑대와 미녀로 컴백해 바로 1위를 했다.
물론 EXO-K 와 EXO-M을 합체시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데뷔는 따로 해놓고 갑작스런 합체는.. 무엇 때문이었나 생각하긴 했었는지 정말 오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인가 기억이 없다. 하여튼 따로로도 이미 인기를 모았던 엑소 케이와 엑소 엠의 합체로 인한 완전체 탄생, SMP 탈출 등등의 엄청난 시너지가 겹쳐있었다는 결론. 엑소-케이의 연장선이 아니라 엑소의 데뷔라면 갑자기 SMP를 탈출한 것이 납득되기도 하고.
근데 그 늑대와 미녀.. 마마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과연 좋아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물론 충분히 인기 있었지만 smp로 시작한 엑소의 아싸랑해요!를 과연 좋아했을지?ㅋㅋㅋㅋㅋㅋ
결론은 호불호가 굉장히 갈렸을 노래라는 얘기다.
늑대와 미녀는 참으로 묘한 노래다. 매니악과 대중성 그 사이 어드메. 대중성과 매니악 사이라는 그 말도 안되는 애매함을 아방가르드로 초월해버렸달까? 있는 대로 전위적인데 무슨 동화에나 나올 법한 사랑 얘기라 뻔한데 신선하고 신선한데 뻔하다.
늑미가 대중적이라고 하면 좀 웃기지만, 데뷔 때의 빡센 느낌을 씻어버린 것 또한 사실이다. 처음 봤을 땐 이상한데 보다 보니 사람들의 뇌리에 꽂혀버리는 스타일이다. 이 '보다 보니'가 sm이라서 충분히 가능한 게 포인트. 세계관도 신기하게 갖다 붙여서 기존 팬도 연결점을 찾아가며 좋아할 수 있는 꺼리도 제공하고.
데뷔 때는 사회 비판하며 진지 빨다가 갑자기 난느때고 넌미뇨우! 하는 컨셉 변화.. 굉장히 뜬금없는데 언젠가부터 너무나 영리한 세일즈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떠도는 히트공식(매니악한 컨셉으로 데뷔해 지지층을 만든 후 대중적인 컨셉으로 전환하여 대중성을 잡는다)을 그대로 적용했고 성공한 사례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가사와 컨셉을 실제로 실행하는 기획력은 '신들렸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글로만 써놓으면 누가 제정신으로 이런 아이돌 만드냐 싶은데, 실제 결과물이 좋으니 할 말이 없어지는 것. 수록곡이면 몰라도 정식 활동곡으로 이런 컨셉을 위한 컨셉을 내놓고 성공시키는 걸 보면 허투루 3대가 아니다.
늑대와 미녀가 먼저인지 으르렁이 먼저인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곡의 유기성과 단계별 컨셉변화로 엄청난 매력을 폭발시킨 활동이라서, 으르렁만 좋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늑대와 미녀로 대중성과 매니악의 경계를 만들었다면 으르렁은 완벽히 대중적 노선을 노리고 나온 노래다. 솔직히 으르렁이 특이 케이스라 부를 만하다. 이후 sm은 이만큼 완벽히 간결하고 대중적인 노래와 컨셉을 내놓지 않아서 어떻게 으르렁이 나왔는지 의문스러울 지경. (이렇게 생각하면 으르렁에 늑대와 미녀를 맞췄다고 보아도 무리 없겠다.)
엑소를 대중적으로 띄워야만 할 이유가 있던걸까? NCT는 sm의 장인정신으로 무한 확장과 네오한 컨셉을 유지하더라도 뜰 수 있다는 증명을 위한 그룹인 걸까? (그런 것치곤 127로 일본 데뷔하더라.)
오히려 NCT야말로 엑소처럼 대중적 노선으로 빠지지 않고 뚝심있게 smp(시대비판적-마이너리티 감성-예술적 표현-로테이션제)를 시대에 맞춰 힙한 느낌으로 밀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인기 없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닐텐데, 내는 노래들을 보면 엑소 쪽이 여전히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노래를 들고 나온다. 엑소는 딱 중독 때 삐끗하고 정신을 차렸는지 그 뒤론 제대로 된 노래들 뿐이다. 어찌 보면 중독 때 탈빠해서 다행이다.
이후 활동들에 대한 짧은 감상 :
- 콜미베이비는 이제야 정신 차린 듯 보였으나 맘 떠난 뒤엔 다시 안 돌아가기 때문에 그냥 뮤비 보기만 했다. 이때 좀 피해 다녔던 것 같다.
- 럽미롸잇 때는 엑소가 밝은 노래를? 띠용? 하는 느낌으로 살짝 봤었다.
- 럭키원, 몬스터는 몬스터가 맘에 들었고 뮤비를 잘 찍어서 꽤 찾아봤다. 로또는 걸렀다.
- 코코밥, 파워는 코코밥만 인상 깊게 보고 파워는 걸렀다.
- 템포는 명곡. 러브샷도 괜찮은 후속 활동이었지만 표절.
지금 와서 돌아보니 데뷔를 smp로 해서 그렇지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smp, 네오한 컨셉으로 나온 적이 없다. 엑소는 sm 나름의 대중 노선 그룹이라는 걸 확실히 느낌. 그러나 으르렁 같이 완벽히 대중적인 노래는 절대 들고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으르렁은 운이 따라준 우연이자 sm의 대일탈이었다는 생각.
어쨌든 이후 활동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퀄리티의 연속이라서 좋아한 기간이 짧은 탓도 합쳐져 지금은 그리 거부감도 별 감정도 없이 엑소를 보게 되었다. 특히 최근 템포는 정말 정말 명곡! 어디로 봐도 엑소의 프로듀싱은 완성도 높은데 왜 NCT에겐 돈냄새만 알겠고 감흥이 없는지 모르겠다. 여기고 저기고 남돌 히트곡 계보가 갱신될 여지가 안 보인다.
엑소 편 끝.
원래는 멤버들에 대한 코멘트도 남겨볼까 했었는데 추팔에 영 재미를 느끼지 못해 포기.
이 카테고리를 계속 갱신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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