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이니 간단히 카테고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좋아하게 되어 팀과 멤버, 활동에 깊게 파고들었던 그룹과 애정은 없지만 호감을 갖고 지켜봤던 그룹 카테고리를 나누어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마리오네트를 통해 걸그룹 스텔라를 알게 되었다는 건 전혀 특별날 것 없는 얘기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을 옛 일이지만 그때를 회상하자면,
주변은 아이돌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폭발적으로 반응하며 스텔라의 노출과 안무, 뮤비, 의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들의 무대도 굉장한 주목을 받았지만 주목받는 만큼이나 넘쳐나는 혹평과 좋지 않은 이미지 낙인이 대부분이라고 판단되는 활동. 무엇보다 이 활동으로 반짝 인기를 누린다 한들 그 후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 어떨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그닥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파격적인 노출에 충격적인 춤을 추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그런다고 아무나 주목받는 것도 아니라는 걸 그 후 알게 되는데..)
어쨌든 그런 시선 속에 마리오네트 때부터 시작해 스텔라에게 줄곧 나오는 말이 하나 있었다.
'노래는 좋다.'
스텔라의 활동곡과 작곡진을 나열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 로켓걸 - 김도현 (에릭(신화)과 연관점이 있는 작곡가)
- UFO - 김도현
- 공부하세요 - 현 모노트리 -구 스윗튠- (G-High, 이주형)
- 마리오네트 - 현 모노트리 "
- 마스크 - 현 모노트리 "
- 멍청이 - 스윗튠
- 떨려요 - 모노트리 (황현)
- 찔려 - 모노트리 (GDLO)
- CRY - 용형
- 세피로트의 나무 - 해외 작곡진
스텔라는 공부하세요부터 현재의 모노트리(구 스윗튠)와 작업했다. 찾아본 결과 2015년 중순경까지 현 모노트리가 스윗튠이었던 듯하다.(떨려요부터 모노트리로 표기함) 보통 이런 중소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회사의 아이돌들은 자본 및 인맥 부족으로 좋은 노래, 좋은 컨셉 같은 것들이 쉬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자극적인 컨셉과 노출로나마 눈길을 끌어보려는 시도가 최선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스텔라는 그 둘이 맞아떨어졌다. 김도현과 모노트리는 일단 무관해 보이는데 어떤 접점으로 모노트리와 작업을 하게 된 건지, 전무후무한 노출과 섹시 컨셉, 좋은 노래가 이 환경에서 어떻게 동시에 탄생했는지 기이할 따름.
그래서인지 마리오네트 이후로도 스텔라는 그럭저럭 활동을 이어갔다. 마리오네트의 영향으로 마스크도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은 탓에 알 수는 없고, 그냥 추측임. 심지어 진짜(?) 스윗튠의 곡을 받기도 했다. 멍청이는 명백히 과도한 섹시 컨셉으로 인한 사람들의 오해를 풀 요량의 밝은 노래이나 이 역시 활동 여부 자체를 몰랐다.
그리고 드디어 떨려요가 나온다. 갑자기 이 전까지 어딜 봐도 넘쳐나던 극 저자본 냄새가 가시고 그럭저럭 봐줄 만한 상태의 뮤비가 된 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이 그룹은 섹시 때문에 떴고 섹시가 아니면 사람들이 눈길 줄 이유가 없는 그룹이 되어 역시나 섹시로 돌아온 마리오네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안 그래도 노래는 좋다는 말이 가득했던 마리오네트의 업그레이드 버전.. 근데 업그레이드란 말론 부족하다. 좋은 노래에서 더 좋은 노래로 돌아온 게 아니라, 좋은 노래에서 갑자기 명곡으로 뛰어올라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면 가타부타 노래가 어떻니 저떻니하는 글 보는데 시간낭비 말고 노래부터 들으라고 강요할 것이다.
또다시 과해졌기 때문에 떨려요 또한 소문이 났다. 그래서 처음 뮤비를 봤을 때 떨려요는 떨려요대로 충격적인 뮤비 내용이라 눈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라 느꼈었고 이때까지 스텔라에 호감은 전무요 마리오네트가 노래는 좋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기억하는 건 마리오네트 하나뿐인 머리에 좋은 이미지가 단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들은 떨려요는, 마리오네트 같이 듣다 보니 좋은 노래가 아니라 그 충격적인 뮤비 비주얼을 뚫고 들어와 강렬하고 훌륭한 사운드에 감탄하게 되는 노래였다. 지독히 부정적이었던 이미지를 노래 하나가 깨버렸다.
떨려요 때문에 스텔라를 들여다 볼 맘이 든 것이다.
그래서 무대까지 몇 번 본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떨려요는 마리오네트와 달리 정상적으로 매우 과하게 섹스어필을 하는 안무였기 때문에 이 역시 관심 있게 들여다볼 무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희라는 멤버가 끼 있어서 눈이 갔다.
이후 찔려 라는 노래로 컴백하는데, 스텔라에 대해 두고두고 기억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노래이다.
언젠가부터 유행 탔던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곡 얘기를 볼 적에 스텔라의 찔려가 들어있지 않은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운의 명곡으로 나름의 입소문을 탄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과 다를 것이 없는, 그 이상이라 평가하는 명곡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신나는 분위기가 부족한 점? 그래서 더 매력 있는데.. 이 노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구구절절 스텔라의 얘기를 쓸 이유가 90% 정도 없다.
원래 EDM과 하우스 장르를 좋아하고, 청량한 느낌도 좋아하니 트로피컬 하우스를 안 좋아할 리 없는데 때려 박듯 신남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잔잔히 쾌활하며 톡톡 터지는 사운드, 훌륭한 기승전결, 좋은 포인트로 가득한 데다 아이돌 트로피컬 하우스로는 반대로 유니크해서 더더 좋은 명곡.
찔려 또한 멍청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과한 섹시 컨셉으로 인한 고충, 그 컨셉 밖의 그들을 조명하는 내용인데 떨려요처럼 찔려 쪽이 훨씬 세련되었고 의미 있다. 섹시 컨셉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는 내용에 여전히 그들을 한없이 섹시하게 다루는 화면이 백미.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뮤비를 보는 사람들이 카메라로 그들을 관음하는 듯한 화면 연출에서 멤버들이 관찰하는 시선을 눈치채고 다가와 눈여겨보자 그것은 거울인 내용인데 그들을 보는 타인의 눈길과 동시에 그들 자신에게 자기 검열에 대한 메세지를 던지는 것으로 생각되어서 감탄.
그리고 이 노래는 무대 또한 매우 재밌었다. 스텔라의 활동 중 제일 정상적이고 좋은 무대가 아닐지.. 의상을 활용한 안무가 기발하고 그 와중에도 섹시를 놓치지 않았다. 노래가 좋아서 스텔라를 무대로 제일 열심히 찾아보고 좋아했던 때이다.
민희라는 멤버가 가장 눈에 들어오고 매력적이다. 유일하게 끼가 느껴지는 무대연기를 하는 인물이고 외모도 호감이라서 스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또 기억하는 멤버이다. 현재는 뭘 하나 봤더니 유튜브를 하고 있더라.
또 찔려는 로타와 함께 작업한 사진이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개인적으론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쪽이라고 생각한다. 노이즈 마케팅이 이 그룹의 정체성이라 생각해도 무리 없음. 오히려 스텔라가 여태까지 했던 것들에 비하면 그리 문제 있는 수준이 아닌 게 유머인데 꽤 열심히 까였던 것 같다.
그렇게 갑자기 명곡파티를 하던 스텔라는 연달아 명곡을 뽑았다는 것이 무색하게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감 다 떨어진 용형과 낸 cry.. 뜬금없이 2000년대 후반-2010년 초반으로 워프한 듯한 노래. 뮤비도 노래 따라간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뮤비. 미안하지만 들을 가치를 못 느끼는 노래였다.
후에 멤버를 교체하고 세피로트의 나무라는 곡으로 돌아오는데, 용형 노래보다 들어줄만하고 무대도 그럭저럭 볼 수는 있었지만 이 노래로 인해 하향세가 아니라 바닥을 찍어버렸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래도 찔려 이후 과한 섹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나름의 의미부여를 할 수는 있다. 솔직히는 또 과한 걸 하기엔 무리인 쪽에 가까웠겠지만. 이 활동을 마치고 얼마가지 않아 스텔라는 해체되었다.
스텔라의 소속사가 일을 잘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말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섹시컨셉으로 인해 상처 받은 그룹 멤버에 정산금이 천만 원 미만이라는 말을 보고 나 역시 기가 막혔다. 하지만 모노트리와의 작업물을 볼 때면 여러 조건으로 인해 이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였다면 이런 노래들로 더 긍정적인 과정과 결말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이 그룹은 아까운 점을 논하기엔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환경에 아쉬움이 앞선다. 스텔라를 했던 멤버들과 팬은 그룹을 크게 부정적으로 밖에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좋은 노래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잊지 못하게 되는 그룹.
과함의 정점을 찍은 컨셉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명곡, 하나도 안 유명해서 그렇지 꿇릴 게 없는 명곡의 존재를 모른다면 고막에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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